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깊은 두려움이 현실이 되어 되살아 난다.
멋모르고 다가섰다가는 초감각적인 두려움의 이미지로 환원되어 신물(신의 알)에 먹혀버리고 마는..
그곳은 금지된 낙원. Garden Of God (GOG)...
신물의 메신저인 카라스야마 쿄이치에게 공명하는 건축학과 대학생 사토시와 촉망받는 미대생 리츠토는...
이곳, 금지된 낙원에 초대받아 극한의 공포를 맛보며, 차례차례 인스톨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신물에게 다가간다.
두 주인공 사토시와 리츠토가 쿄이치를 만나는 대목은 '공명'의 순간이었다.
일주일 중 딱 한번 100여명이이나 되는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강의실... 매번 줄 맨 앞에 앉아있는 쿄이치는 각광받는 아티스트이며, 존재감 또한 남다른 청년이다. 그에반해 어려서 일찍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토시는 미술에 관심이 많은, 안목이 꽤 좋은 건축학과 학생일 뿐이다. 그런 사토시와 쿄이치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것은 쿄이치의 숙부의 개인전에서였고, 먼저 말을 걸어온것은 놀랍게도 쿄이치였다. 자신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사토시의 질문에 쿄이치는 "네가 나를 부르는걸 들었어"라는 모호한 말을 남긴체 자리를 뜬다. 그후로도 별다른 연락도, 안부도 없었지만 어느 비오는 저녁 사토시가 부재한 시간에 쿄이치는 "GOG 초대장"을 들고 사토시의 집을 방문하고, 초대장은 사토시의 누나 카오리를 통해 전해진다.
꽤 촉망받는 미대생인 리츠토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가게 주인을 찾아온 낮선 남자와의 첫 만남에서 비현실적이고, 두려운 환상을 경험하게 된다. 티끌하나 없는 새하얀 눈이 온 세상을 뒤덮은 곳에 날아드는 새까만 까마귀때들... 첫 만남에서 이렇게 '공명'한 리츠토를 쿄이치는 놓치지 않고 자신의 컬렉션에 초대한다.
이렇게 초대받은 두 젋은이가 인스톨레이션을 차례로 지나치며 겪는 공포와 그 공포의 근원, 인스톨레이션에대한 세밀한 묘사가 이 책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총 6개의 인스톨레이션을 탐험하며 묘사되는 공포는 실감나다. 화장실에 앉아 책을 읽다보면 문득 등골이 오싹하다 느낄 정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공포감이었다. 잘려진 아이들의 두손, 목만 남아 따라 다니는 여자아이, 피아노 저편에 비추이는 그림자 등등.. 그 소재만을 놓고 보았을때에는 그다지 공포감을 자아내는 것들은 아니지만 온다 리쿠의 펜을 통해 짙은 공포로 전신을 휘감아 돈다. 지금도 문득문득 페이지의 단면이 떠오를때면 어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질 정도이다.
이렇듯 실감나는 공포가 크게 재미지긴 하지만 판타지를 넘어, 판타스틱하기까지한 부분들이 존재하여 설풋 의아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초능력자라 해도 무방할 카라스야마 쿄이치라는 존재가 그러하며,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 이미지를 먹이 삼아 긴긴 세월을 카리스야마 가문과 함께 공존해 온다는 설정 또한 유치하긴 마찬가지다.
반면에 일본소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하는 소재들도 곳곳에 산재해있다. 무엇보다 '카리스야마 가문'의 존재가 그러하고, 같은 해에 태어나 하나의 존재가 되지 못하고 결국 쿄이치의 그림자가 된 이츠시라는 인물이 그러하다. 이 이츠시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카즈시게(이츠시의 대학 동창), 나츠미(이츠시의 약혼녀), 타치바나(동생의 행방을 쫒아 카리스야마 가문의 비밀을 캐내려는 신문기자) 또한 은연중 일본인스런 모습들을 풍기고 있다. (아.. 뭐.. 이건.. 딱히 논할 근거는 없고, 단지 느낌일 뿐이지만서도. ^^;;) 긴 글의 긴장을 조절하고, 호흡을 가다듬기위한 쉬어가는 코너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인물들이다. 하긴 덕문에 수이 지루해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온다 쿠조"라는 작가는 "여성"일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난 이름만 봤을때는 남자작가인지 알았다.) 결론에 다다를수록 그러한 예감은 확신이 되어갔고, 이제와서 작가에대해 스토킹을 해보니 맞더군. 여자작가가. 구성의 조밀조밀함과 두렵고, 무서운 장면을 써내려감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글의 곡선이 작가가 여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었다.
금지된 낙원의 가장 큰 아쉬움은 벌인 판을 제대로 걷어들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글의 결말은 잔뜩 부풀은 기대가 파앗하고 꺼져버리는 행태다. 모성의 아름다움이 깊은 어둠을 정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인것 같았는데, 크게 맘에 와 닿지는 않았다. 결말의 키맨은 사토시의 누나인 카오리였고, 카오리의 큰 힘이 되어준 이는 일찍 돌아가신 남매의 엄마였다. 그네들의 매개체는 엄마의 유품인 꽃병인데 이 부분에대한 글은.. 마무리 되지 않고, 정제되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많이 아쉬웠다. 뭐 초반에 그에대한 언급을 하긴 하지만 연결이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다소 황당하고, 싱거운 결말을 제외하고는 읽는내내 오랜만의 공포를 느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남성분들이 읽으면 이게 뭐야.. 라는 반응이 나오기 쉬울듯하니.. 아무래도 공포와 판타지를 좋아하는 여성분들에게 권해볼만한 책이다. ^^
이글루스 가든 - 매일 매일 한 편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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